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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데르모엔에서 Hurdalssjøen 호수까지, 왕복 14km 걸어본 노르웨이 숲길

숙소에서 호수까지 걸어서 왕복 14km. 처음 계획할 때는 이 정도로 걸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걷다 보니 멈추기가 아까운 길이었습니다. 가르데르모엔에 머무는 동안 렌터카는 주로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그리고 CAE Oslo 교육장을 오갈 때 썼습니다. 반면 숙소 근처 Hurdalssjøen 호수 쪽으로 갈 때는 처음부터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자동차 이야기가 아니라, 순전히 두 발로 걸었던 하이킹 기록입니다.

Hurdalssjøen 호수 전경

어디를 걸었나

숙소가 있던 가르데르모엔 공항 인근에서 남쪽으로, Hurdalssjøen 호수의 한쪽 가장자리까지 걸었습니다. 정확히는 Andelva라는 강이 이 호수에서 흘러나와 Eidsvoll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그 주변 일대가 Andelven, Nessa og Risa라는 이름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면적은 약 4.25㎢이고, 분류상 육상 및 내륙수 보호구역입니다.

숙소에서 이 구간까지는 걸어서 왕복 약 14km였습니다. 편도로 치면 7km 정도인데, 평지 위주의 자갈길이라 걷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숲길, 예상보다 훨씬 빽빽했다

걷는 내내 인상 깊었던 건 숲의 밀도였습니다. 가문비나무와 소나무가 끝없이 늘어서 있고, 길은 자갈이 깔린 임도 형태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번역을 둘러싼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노르웨이의 숲길을 걸어보니 그 이름이 왜 붙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 빽빽함이 주는 고요함이었습니다. 걷는 동안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개를 산책시키던 나이 지긋한 남성 한 분과 마주쳐 가볍게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습니다. 그 외에는 계속 혼자였고, 솔직히 말하면 중간중간 약간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Andelva 인근 자갈 임도와 침엽수림

처음 보는 표지판

숲길 초입에서 무스(엘크) 경고 표지판을 처음 봤습니다. 세모난 빨간 테두리 안에 무스 그림이 있고, 아래에는 ‘0,1-2 km’라는 보조 표지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야생동물 경고 표지판은 이렇게 위험 구간의 길이를 보조 표지판으로 함께 표시하는 방식을 씁니다. 실제로 무스와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이런 표지판이 도로에 흔하다는 것 자체가 이 지역에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한다는 뜻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걷는 길목 곳곳에서 캠핑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주말이면 캠핑카가 꽤 많이 다닌다고 들었는데, 노르웨이 사람들이 캠핑과 야외활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무스(엘크) 경고 도로표지판, 보조표지판 0,1-2km

호수에 도착해서

숲길을 한참 지나 시야가 트이면서 Hurdalssjøen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잔잔한 수면에 햇빛이 부서지는 모습이 그날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낮은 산이 이어져 있었고, 한쪽에는 댐처럼 보이는 붉은 지붕의 시설물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던 숲길과 달리, 호숫가는 한적하면서도 확실히 열린 느낌이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숙소로 걸어 돌아갔습니다.

Hurdalssjøen 호수와 댐 시설, 산 능선
햇빛이 부서지는 Hurdalssjøen 호수 수면

걸어서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

이 구간은 사실 차로도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도 걸어서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차로 지나쳤다면 몰랐을 숲의 밀도, 표지판 하나, 길 위의 정적 같은 것들은 걸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다만 왕복 14km는 가볍게 볼 거리는 아닙니다. 편한 신발과 여벌의 물, 그리고 노르웨이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겉옷 정도는 챙기시길 권합니다. 또한 숲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휴대폰 배터리와 지도 앱 오프라인 저장 정도는 준비해 가는 걸 추천합니다.

정리

가르데르모엔에서 자동차로 오슬로 시내를 오갔던 이야기는 앞선 글에서 다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순전히 걸어서 다녀온 하루였습니다. 자동차가 주는 자유로움과는 다른, 걷는 속도로만 보이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가르데르모엔 근처에 머무실 계획이 있다면, 하루쯤은 차를 두고 Hurdalssjøen 호수 쪽으로 걸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호숫가에서 찍은 셀피
가르데르모엔 인근 베스트웨스턴 호텔 외관

— Captain Phil

참고: Hurdalssjøen 위치 – Google 지도에서 보기

참고: Andelven, Nessa og Risa 보호구역 프로필 (Protected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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