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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가 열려 있어도 맥주는 못 산다|노르웨이에서 술 사는 법, Vinmonopolet·신분증·현금까지

노르웨이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마트는 분명히 열려 있다.
사람들도 장을 보고 있다.
맥주도 냉장고 안에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맥주를 살 수 없다.
“마트가 열려 있는데 맥주를 못 산다고?”
한국에서는 조금 낯선 상황이다.
노르웨이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하면서 느낀 건 이 나라에서 술은 그냥 일반적인 상품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판매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 있고,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술의 도수에 따라 사야 하는 곳도 달라지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신분증 확인도 꽤 철저하다.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귀찮고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나니 노르웨이가 술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저녁 8시가 되면 맥주를 살 수 없다

내가 가장 먼저 경험했던 것이 맥주 판매시간이었다.
마트에서 맥주를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일 기준으로 오후 8시가 지나면 판매가 끝난다.

(심지어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냉기 유지하는 스크린이 내려가있다.)


마트 영업시간과 술 판매시간은 별개다.
그래서 마트가 밤늦게까지 영업하고 있고 맥주가 눈앞에 진열되어 있어도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계산할 수 없다.
내 기억이 맞는지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봤다.
맞았다.
노르웨이의 주류법상 일반 상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알코올 도수 4.7% 이하의 주류는 지방자치단체가 판매시간을 정할 수 있지만, 법에서 정한 최대시간을 넘길 수 없다.
평일에는 20:00 이후, 일요일·공휴일 전날에는 18:00 이후 판매할 수 없다. 일요일과 공휴일, 5월 1일과 17일에는 해당 주류의 판매가 금지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보다 더 짧은 판매시간을 정할 수도 있다. (Helsedirektoratet)
그러니까 여행자가 기억할 것은 간단하다.
노르웨이에서 저녁 늦게 맥주가 생각났다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마트에서 술을 사서 가져가는 소매 판매시간 이야기다. 식당이나 바에서 마시는 주류의 허용시간은 별도의 규정과 지역 허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와인이나 소주는 마트에서 찾으면 안 된다
또 하나 처음에는 생소했던 것이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도수가 높은 술을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없다.
알코올 도수가 4.7%를 초과하는 맥주, 와인, 증류주 등은 Vinmonopolet이라는 국영 주류판매점이 사실상 전담한다.
Vinmonopolet은 노르웨이에서 4.7%를 초과하는 술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독점적인 권리를 가진 국영 소매점이다. (vinmonopolet.no)
처음 이 시스템을 알았을 때는 조금 신기했다.
한국에서 와인 하나 사려고 특정 국영매장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꽤 낯선 구조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영업시간.
현재 Vinmonopolet의 일반적인 영업시간은
월요일 ~금요일 10:00~18:00
토요일 10:00 ~ 16:00 이다.

일부 지점은 지역별 시간이 다르고 공휴일 등에는 별도의 운영시간이 적용된다. (vinmonopolet.no)
CAE Oslo에서 하루 종일 교육을 받고 숙소로 돌아오는 내 생활패턴을 생각하면 이 시간이 정말 애매했다.
교육을 마치고 나서
“오늘 저녁에는 와인이나 하나 사볼까?”
하는 순간에는 이미 문이 닫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 술을 사려면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계획적인 음주생활(?)이 필요하다.
내 스웨덴 교관이 했던 농담
내 담당 교관은 스웨덴 사람이었고, CAE Norway에서도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술 이야기를 하다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Norway에는 alcoholic이 없어.”

왜냐고 했더니 이유가 재미있었다.
술이 너무 비싸고,
밤늦게는 사고 싶어도 살 수도 없으니,
알코올중독자가 될 수가 없다는 식이었다.
물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이야기는 아니다.
노르웨이라고 알코올 관련 문제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그 농담 하나에 이 나라의 주류정책 특징이 꽤 잘 담겨 있었다.
비싸게 만들고,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판매 자체를 적극적으로 통제한다.
실제로 Vinmonopolet도 주류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노르웨이 알코올 정책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판매시간도 노르웨이 의회가 정하며, 이런 제한이 사회의 알코올 관련 피해를 줄이는 정책수단이라는 것이다. (vinmonopolet.no)
왜 노르웨이는 술에 이렇게 민감할까?
처음에는 단순히 북유럽 특유의 까다로운 규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알아보면 그 뒤에는 꽤 명확한 철학이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Vinmonopolet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류 판매에서 민간사업자가 ‘더 많이 팔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를 최대한 분리하는 것이다.
정부 자료에서도 Vinmonopolet을 통해 알코올 접근성을 조절하고, 민간의 판매이익 동기를 배제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알코올 피해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Regjeringen.no)


즉,
술을 많이 파는 것이 국가의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소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판매시간 제한. 국영 판매망. 연령제한. 신분증 확인. 높은 세금. 광고 제한.
이런 정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노르웨이의 주류정책을 단순히 “술 사기 불편한 나라”라고만 보면 반쪽짜리 이해가 된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Public Health, 즉 국민 전체의 건강과 술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Regjeringen.no)
술값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었다
노르웨이에 가기 전부터 술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현지에서 직접 보면 정말 비싸다고 느껴진다.
이번 글을 쓰면서 Vinmonopolet이 공개한 2026년 가격구조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숫자를 발견했다.


Vinmonopolet이 예시로 제시한 41.5% 증류주 0.7리터 한 병의 소비자가격은 399.90 NOK다.
그런데 이 제품의 도매 순가격은 35.34 NOK.
알코올세 268.13 NOK,
VAT 79.98 NOK,
환경·포장 관련 세금 1.45 NOK 등이 붙는다.
Vinmonopolet 계산에 따르면 이 예시에서 국가에 돌아가는 세금 비중이 소비자가격의 87.4%다. (vinmonopolet.no, 2026년 1월 기준 가격표)
그 숫자를 보고 나니 담당 교관이 했던 농담이 다시 생각났다.
“술값이 비싸서 alcoholic이 될 수가 없다.”
농담치고는 꽤 현실적인 근거가 있었다.
그리고 신분증까지 확인한다
술을 구입하면서 신분증 확인을 경험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Vinmonopolet은 공식적으로 25세 미만으로 보이는 구매자에게 유효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구매연령은 술의 도수에 따라 다르다.
22% 미만 주류 → 만 18세 이상
22% 이상 주류 → 만 20세 이상이다.

외국인은 여권이나 해당 국가 정부가 발행한 운전면허증, 국가 ID카드 등도 인정될 수 있다. (vinmonopolet.no)

한국에서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면 소주를 사면서 신분증을 보여줄 일이 거의 없으니,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문화 자체가 꽤 인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 술을 사려고 한다면 여권이나 인정되는 신분증을 준비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 소주가 갑자기 그리워질 때
한 달 가까이 해외에 있으면 어느 순간 한국 음식이 생각난다.
그리고 가끔은 소주도 생각난다.
내가 머물던 곳 주변에서는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일반적인 소주를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대신 한국산 과일맛이나 칵테일 스타일의 소주를 볼 수 있었다.
참이슬 후레쉬 같은 익숙한 소주를 찾으려면 오슬로 쪽으로 나가야 했다.
그것도 원하는 제품이 항상 모든 매장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했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 편의점에 슬리퍼 신고 내려가서 소주 한 병 사오는 일이 얼마나 간단한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참이슬_Korean Soju in Oslo


노르웨이에서는 소주 한 병도 계획이 필요했다.
그런데 술보다 더 놀라웠던 건 ‘현금 없는 생활’이었다
노르웨이에서 한 달을 생활하면서 돌이켜보면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했던 기억도 있다.
Samsung Pay도 이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노르웨이 공식 관광안내에서도 거의 모든 곳에서 카드 또는 휴대폰 결제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Visit Norway)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관광객의 느낌만은 아니었다.
Norges Bank도 노르웨이에서 현금이 전체 결제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고 밝히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유럽 안에서도 카드·모바일 결제 비중이 특히 높은 나라로 꼽힌다. (Norges Bank)
그러니 내가 한 달 동안 현금을 거의 만져보지 않았던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카드를 꺼낸다. Tap. 끝.
스마트폰을 갖다 댄다. 끝.
한국인 입장에서도 결제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Samsung Norway 역시 Samsung Pay를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실제 사용 가능 여부는 등록 카드와 카드사 지원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amsung)

그런데 딱 한 번, 현금이 필요했다

그런데 딱 한 번, 현금이 필요했다
문제의 Airbnb였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제대로 써볼 생각이다.
조기 입실과 관련해 호스트가 현금으로 돈을 요구했다.
평소 현금을 사용할 일이 없으니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크로네도 거의 없었다.
결국 ATM을 찾았다.
공항 근처 편의점 비슷한 곳에 현금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카드를 넣고 돈을 인출했다.
그리고 나는 금액을 보고 정말 놀랐다.
“잠깐만… 수수료가 왜 이래?”
정확한 영수증을 지금 다시 확인하지 않고 당시 체감만 이야기하자면,
출금액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수수료로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소액을 뽑아서 비율이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ATM 자체 수수료, 카드사의 해외 현금인출 비용, 환율, 환전 방식 등이 겹쳤을 수도 있다.
그날 이후 확실히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현금을 많이 뽑을 필요가 없다.
해외 ATM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것 — NOK로 결제할 것
해외 ATM이나 카드단말기를 사용하다 보면 이런 선택지가 나타날 수 있다.
KRW로 계산할까요? 혹은 NOK로 계산할까요?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다.
ATM이나 가맹점이 자체 환율을 적용해 원화 등 본국 통화로 바로 환산해주는 기능인데, 노르웨이 소비자위원회는 해외 ATM의 DCC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Visa 역시 해외 ATM이나 결제단말기에서 환전 서비스를 제안받을 경우 이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원하지 않는 환율 변환은 거절하라고 안내한다. (Visa)
그래서 나는 해외여행을 다시 간다면 가능하면 이렇게 한다.
현지 통화로 결제한다.

노르웨이라면 NOK.

ATM 화면에 수수료가 표시되면 반드시 최종 확인 전에 본다.
금액이 이상하면 취소한다.
그리고 현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카드를 쓴다.
이 몇 가지만 알아도 내가 경험했던 것 같은 황당한 ATM 수수료를 피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노르웨이에서 술을 살 사람에게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것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술 — 알코올 도수 4.7% 이하가 기본이다.
평일 마트 주류 판매 — 지역 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법정 최대는 오후 8시까지다.
토요일·공휴일 전날 — 법정 최대 오후 6시까지다.
일요일과 일부 공휴일 — 일반 마트 주류 판매가 제한된다. (Helsedirektoratet)
4.7%를 초과하는 술 — Vinmonopolet을 찾아가야 한다. (vinmonopolet.no)
Vinmonopolet 일반 영업시간 — 월~금 10:00 ~ 18:00, 토요일 10:00~16:00.

지점별 차이가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vinmonopolet.no)


구매연령 — 22% 미만은 만 18세, 22% 이상은 만 20세다. (vinmonopolet.no)
신분증 — 관광객이라면 여권을 가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결제 —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매우 보편적이다. 현금은 생각보다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Norges Bank)
ATM —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수수료와 환율을 확인한다.
통화 선택 — 가능하면 NOK 등 현지통화를 선택하고 불필요한 DCC를 피한다. (Visa)
불편했지만, 조금 이해하게 된 시스템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술 하나 사는데 왜 이렇게 복잡해?”

마트에는 맥주가 있는데 시간 지나면 못 산다. 와인은 다른 가게에 가야 한다. 그 가게는 일찍 닫는다. 술은 비싸다. 신분증도 확인한다.
하지만 한 달을 생활하고 그 배경을 찾아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노르웨이는 술을 단순히 개인이 자유롭게 소비하는 상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이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국가가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경쟁보다 접근성을 제한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 결과가 Vinmonopolet이고, 판매시간 제한이고, 높은 세금이고, 철저한 연령확인이다. (vinmonopolet.no)
그 정책이 완벽한지, 우리나라에도 적합한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여행자로서 직접 그 안에서 살아보니 최소한 왜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결론 하나.
노르웨이에서 저녁 8시 5분에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면, 그날은 그냥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다.


아니면 내 스웨덴 교관의 말을 떠올리면 된다.

“여긴 술값도 비싸고, 밤에는 살 수도 없어.”

그는 농담을 했지만, 한 달 살아보니 꽤 노르웨이다운 농담이었다.
그리고 현금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 경험으로는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노르웨이에 간다면 나는 현금보다 카드 한 장, 스마트폰, 그리고 Vinmonopolet 영업시간을 먼저 챙길 것 같다.
아, 그리고 소주가 생각날 가능성이 있다면?
오후 6시 전에 움직이자.


Make each second count. — CaptainPhil

Captain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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