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한 달 체류 준비물|출국 전 4시간 캐리어 전쟁, 가져가길 잘한 것과 포기한 것
노르웨이 출국 전날.
나는 거실 한가운데 캐리어 두 개를 펼쳐놓고 거의 네 시간 동안 짐을 쌌다가 다시 풀었다.
문제는 단 하나였다.
무게.
쿠팡에서 미리 사두었던 휴대용 디지털 손저울을 캐리어 손잡이에 걸고 들어 올렸다.

무게를 확인한다.
다시 연다.
뭔가를 뺀다.
다시 잠근다.
다시 들어 올린다.
또 초과한다.
다시 연다.
4월인데도 어느 순간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아마 그날 밤 내가 캐리어를 들었다 놨다 한 횟수만 세었어도 꽤 훌륭한 웨이트 트레이닝 기록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수많은 물건 가운데 결국 탈락한 것도 있었다.
떡볶이 떡과 스페셜 소스.
끝까지 가져가고 싶었지만 결국 한국에 남겨두었다.
그때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한 달 뒤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날 캐리어 안에는 단순한 짐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나라에서 한 달을 버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준비가 들어 있었다.

처음 가는 노르웨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이번 노르웨이행은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었다.
나는 CAE Oslo에서 S-92 교육을 받기 위해 약 한 달간 노르웨이에 머물 예정이었다.
미국에서 여러 항공 교육과정을 경험해본 적은 있었지만, CAE Oslo의 교육은 사전에 들었던 이야기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상당히 intensive한 과정이었다.
교육을 시작하면 하루 대부분을 수업과 복습에 써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지에 도착해서 생활용품을 하나씩 알아보고, 매일 장을 보고,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국 전부터 준비를 꽤 많이 했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많이 한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다.
노르웨이 날씨, 4월 기온, 바람, 옷차림, 렌터카 운전, 도로환경, 마트, 음식 가격, 생활비, 관광지,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방법까지.

그리고 AI에게도 정말 많이 물었다.
4월 노르웨이에서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바람막이는 필요한가?
현지 운전에서 주의할 점은?
물가는 어느 정도인가?
한 달 머무른다면 어떤 음식을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수업 전에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그렇게 날씨를 확인하고 바람막이도 새로 주문했고, 교육 전 사전학습 스케줄도 짰다.
노트와 필기구도 준비했다.
현지 생활정보도 하나씩 정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에서 AI는 여행 가이드라기보다 출국 전 준비 참모에 가까웠다.
문제는 노르웨이 물가였다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노르웨이는 비싸다.
물론 현지에 가면 정확한 가격을 다시 확인하게 되지만, 출국 전 검색만 해봐도 식비와 생활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구나 나의 목적은 여행이 아니라 교육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매일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생활보다는 숙소에서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고 복습하는 편이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한국에서 가져가자.
그때부터 장보기가 시작됐다.
PX에서 구할 수 있는 품목도 챙겼고, 쿠팡 주문은 어느 순간부터 여행 준비 수준을 넘어섰다.
최종적으로 쿠팡에서 구매한 것만 60만 원이 넘었다.
대형 캐리어도 새로 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주문내역을 지금 다시 내려보면 나도 조금 놀랍다.
이건 여행 준비가 아니라 거의 작은 이삿짐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준비해간 음식들

먹거리 준비에는 꽤 진심이었다.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까르보불닭.
신라면.
짜파게티.
비빔면.
컵라면.
햇반은 무려 40개.
그리고 김, 깡통김, 팩김치, 볶음김치, 누룽지, 참기름, 고추장, 튜브 볶음고추장, 맛다시, 볶음고추장, 각종 간편 양념.
마른오징어와 마른반찬도 준비했고 커피와 차도 챙겼다.
소스류도 다양하게 샀다.
간장소스, 떡볶이소스, 비빔장, 까르보불닭소스, 불닭마요 같은 것들이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생각했다.
“내가 노르웨이에 교육을 받으러 가는 건가, 한식당을 차리러 가는 건가?”
그런데 현지에 가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잘 가져왔다.
정말 잘 가져왔다.
교육이 끝난 뒤 지쳐 숙소로 돌아왔을 때 햇반 하나에 김과 고추장만 있어도 한 끼가 됐다.
라면 하나 끓이고 김치를 조금 곁들이면 그날 저녁 고민은 끝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 익숙한 음식이 주는 위안도 생각보다 컸다.
특히 누룽지는 예상 밖의 히트상품이었다.
간단하고, 속이 편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피곤할 때 좋았다.
그런데 진짜 신의 한 수는 따로 있었다
이번 준비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전기냄비와 전기포트.
쿠팡에서 접이식 전기포트와 작은 멀티쿠커를 준비해 갔다.
출국 전에는 솔직히 고민했다.
‘이것까지 가져가야 하나?’
무게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캐리어 안에 넣었다.
그리고 현지에서는 수없이 생각했다.
“이걸 안 가져왔으면 어쩔 뻔했지?”
라면을 끓일 수 있었다.
물을 끓일 수 있었다.
누룽지를 만들 수 있었다.
간단한 국이나 즉석식품을 데울 수 있었다.
숙소의 주방환경이 늘 내가 예상한 대로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고, 늦게 돌아온 날에는 조리도구 하나 제대로 찾아 쓰는 것조차 귀찮다.
그럴 때 내 전기냄비와 포트는 작지만 확실한 생활 기반이었다.
장기 해외체류를 다시 간다면 나는 옷 하나를 줄이더라도 이 두 가지는 챙길 것이다.
의외로 잘 산 여행용품들
음식만 산 것은 아니었다.
한 달 체류였기 때문에 생활 자체를 생각해야 했다.
여행용 압축파우치, 캐리어 벨트, 휴대용 저울, 목베개, 기내용 슬리퍼, 휴대폰 거치대,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 멀티탭과 충전용품, 주방장갑, 세탁용품, 빨래용 캡슐세제, 랩과 지퍼백까지 하나씩 준비했다.
렌터카를 이용할 예정이어서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도 따로 샀다.
길을 찾고 내비게이션을 써야 하니 이것도 실제로 꽤 유용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휴대용 손저울.
출국 전날 나를 가장 괴롭힌 물건이면서 동시에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다.
저울이 없었다면 공항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캐리어를 열고 물건을 옮겨 담는 더 끔찍한 상황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밤 수십 번 들었다 놨다 했던 기억 때문에 지금도 저울 사진만 보면 팔이 조금 아픈 것 같다.
마지막 주문은… 팬티 4장
쿠팡 주문내역을 다시 보다가 웃음이 나왔다.
출국 직전 주문 목록 아래쪽에 등장한 제품.
팬티 4장 세트.
노르웨이 장기체류 준비의 대미를 장식한 물건이었다.
항공교육 자료.
전기냄비.
여행용 압축팩.
각종 음식과 양념.
휴대용 저울.
렌터카용 거치대.
그리고 마지막에는 팬티.
결국 장기출장의 본질은 거창하지 않다.
아무리 중요한 교육을 받으러 가더라도 사람은 먹어야 하고, 빨래해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평범한 물건들이 현지에서는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문제는 공간과 무게였다.
처음에는 챙겨놓은 것을 보며 자신만만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캐리어에 넣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게 다 들어가나?”
마지막에는 생각이 하나뿐이었다.
“뭘 버리지?”
옷을 다시 뺐다.
음식을 다시 옮겼다.
압축팩을 다시 눌렀다.
무게를 쟀다.

또 초과했다.
결국 우선순위를 정했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빼고, 한국에서 가져갔을 때 가치가 큰 것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끝까지 버티던 떡볶이 떡과 스페셜 소스가 결국 캐리어 밖으로 나왔다.
조금 슬펐다.
하지만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살아남았다.
아마 햇반이었을 것이다.
40개였으니 범인 후보가 너무 많다.
한 달 해외체류 준비에서 내가 배운 기준
이번에 직접 살아보니 다음번에는 준비 방법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내 기준은 단순하다.
“현지에서 살 수 있느냐”가 아니라 “현지에서 이것을 사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노르웨이에도 마트가 있고 음식도 있고 생활용품도 있다.
돈만 있다면 대부분 살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교육받고 돌아와 내일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시간도 비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햇반이나 라면, 김, 작은 양념처럼 부피와 무게 대비 만족도가 높은 음식은 상당히 유용했다.
반대로 너무 무겁거나 부피가 큰 음식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간 머물면서 직접 식사를 해결할 계획이라면 작은 전기조리기구의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옷보다 먼저 확인했던 것이 날씨였다
4월의 노르웨이는 한국의 4월만 생각해서는 곤란했다.
출국 전 나는 현지 기온과 바람을 계속 확인했다.
그리고 AI에게 예상 날씨에 맞춰 어떤 옷을 준비할지 물
어봤다.
그 결과 바람막이와 겹쳐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준비했다.
한 달 체류에서는 옷을 많이 가져가는 것보다 레이어링이 가능한 옷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유용했다.
낮과 밤,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체감온도가 다르고 바람까지 불면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이 경험 이후 해외 장기체류를 준비할 때 나는 출국 날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체류기간 전체의 기온 범위와 바람, 강수량까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준비한 것은 짐만이 아니었다
캐리어 사진만 보면 이번 준비가 온통 음식과 생활용품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장 많이 준비한 것은 어쩌면 머릿속이었다.
CAE Oslo 교육을 앞두고 사전학습 계획도 세웠다.
교육과 관련된 자료를 어떻게 공부할지 일정도 나눴다.
노트도 따로 준비했다.
렌터카 운전방법과 현지 교통규칙도 찾아봤다.
숙소 주변 마트도 확인했다.
생활비와 식비도 조사했다.
주말에 시간이 생기면 갈 만한 장소도 찾아봤다.
처음 가는 곳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능한 한 줄이고 싶었다.
그럼에도 현지에 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생긴다.
그게 여행이고 해외생활인 것 같다.
하지만 사전에 100을 준비했다고 해서 현지에서 100이 그대로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준비 덕분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여유가 생긴다.
이번 노르웨이 체류에서 나는 그것을 꽤 많이 느꼈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 않았던 이유로 이 글을 쓴다

노르웨이에 가기 전 정말 많은 것을 검색했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필요로 하는 종류의 한국어 정보는 많지 않았다.
며칠 여행하는 관광정보는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머무르면서 교육을 받고, 직접 운전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해 먹고, 생활해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는 훨씬 적었다.
그래서 출국 전에는 검색과 AI의 도움을 동시에 받아가며 하나씩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가 직접 다녀왔으니 그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언젠가 노르웨이로 한 달짜리 출장이나 교육을 떠난다면, 내가 출국 전날 했던 것처럼 네 시간 동안 캐리어와 씨름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소한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전기냄비를 우습게 보지 말 것.
누룽지를 무시하지 말 것.
그리고…
떡볶이 떡은 무게를 먼저 확인하고 살 것.
다시 간다면 이렇게 챙길 것이다
다시 한 달 동안 노르웨이에 간다면 나는 준비물을 네 가지 기준으로 나눌 것 같다.
반드시 가져갈 것: 전기포트, 작은 전기냄비, 휴대용 저울, 기본 양념, 김, 라면류, 햇반 일부, 누룽지, 충전·멀티탭 용품, 바람막이.
상황에 따라 가져갈 것: 김치, 각종 소스, 세탁용품, 압축파우치, 목베개, 기내용 슬리퍼,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
현지에서도 해결 가능한 것: 일반 생필품과 부피가 큰 일부 식품.
욕심내면 캐리어에서 탈락하는 것: 내가 그렇게 아쉬워했던 떡볶이 떡 같은 무겁고 부피 큰 음식.
결국 장기 해외체류 짐싸기의 핵심은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내가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를 미리 상상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준비였다.
노르웨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꽤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공항에 도착한 뒤부터 시작됐다.
헬싱키 환승, 오슬로 도착,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순간, 첫 번째 숙소, 노르웨이 마트에서 가격표를 보고 잠시 멈칫했던 순간,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CAE Oslo의 교육까지.
그 이야기도 하나씩 남겨보려고 한다.
CaptainPhil Note의 노르웨이 기록은 이제 시작이다.
Make each second count.
— Captain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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