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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는 빈 캔이 돈이다 | 재활용 Pant로 콜라 사먹은 한 달 체류기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만 챙기는 게 아니었다. 빈 캔도 같이 챙겼다.

노르웨이에서는 빈 캔이 그냥 쓰레기가 아니었다

노르웨이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생활 습관 하나가 생겼다.

마트에 갈 때 빈 캔과 페트병을 챙기는 일이었다.

한국에서도 분리배출은 익숙하다. 그런데 내가 노르웨이에서 본 방식은 조금 달랐다. 다 마신 음료 용기를 집에 모아두었다가 마트에 갈 때 가져가고, 입구 근처에 있는 기계에 하나씩 넣는다. 그러면 기계가 용기를 읽고 금액을 계산해준다.

처음에는 그냥 재활용을 편하게 해주는 기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번 써보니 이건 단순한 재활용함이 아니었다.

빈 캔과 페트병에 실제 돈이 붙어 있었다.

이름도 있었다. 노르웨이의 Pant 시스템

노르웨이에서는 이런 보증금 반환 방식을 Pant라고 부른다. 음료를 살 때 용기 보증금을 함께 내고, 빈 용기를 다시 반납하면 그 돈을 돌려받는 구조다.

2026년 현재 노르웨이 공식 보증금 시스템 운영사 Infinitum 기준으로 0.5리터 이하의 캔·페트병은 2 NOK, 0.5리터를 초과하는 큰 병은 3 NOK의 보증금이 붙는다.

금액 하나만 보면 큰돈은 아니다. 그런데 한 달을 생활하면서 맥주캔과 탄산음료 병을 모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버릴 용기인데 마트 갈 때 가져가면 돈으로 다시 돌아온다.

나에게는 이 부분이 꽤 재미있었다. 여행자가 보기에는 재활용인데, 현지에서 며칠 살아보면 작은 생활경제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트렁크 가득 싣고 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트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내가 몇 번 본 사람들 중에는 승용차 트렁크에 큰 봉투를 여러 개 싣고 와서 빈 병과 캔을 한꺼번에 넣는 사람도 있었다. 몇 개 수준이 아니라 정말 한참 동안 기계 앞에 서 있어야 할 정도였다. 딸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온 아빠가 큰 비닐봉투 몇 개에 든 재활용품을 옮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걸 다 언제 넣지?” 싶었는데, 직접 해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빈 용기를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보증금을 회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이 모으면 당연히 금액도 커진다. 마트에 장을 보러 온 김에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나온 금액은 다시 장보는 데 쓰면 된다.

그때부터 나도 마트 갈 일이 생기면 “빈 캔부터 챙기자”가 됐다.

아무 캔이나 넣는다고 돈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 여행자가 꼭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기계가 모든 재활용품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 Pant 시스템에 등록된 음료용 알루미늄 캔과 플라스틱 병처럼, 보증금 표시가 있고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용기가 기본 대상이다. 유리병, 우유팩, 식품 통조림 캔, 음료가 아닌 플라스틱 용기 등은 같은 방식으로 넣는 대상이 아니다.

나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음료 용기를 시험 삼아 넣어봤는데 기계가 읽지 못하고 다시 밖으로 밀어냈다. 한국에서 가져 간 동원참치 캔도 투입해봤는데, 그 기계, 생각보다 똑똑했다. 컨베어로 다시 뱉어내버렸다. 어리둥절 하다가 기계 우측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처음에는 “기계가 외국 제품인 걸 어떻게 알지?”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국적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바코드와 보증금 시스템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Infinitum은 일부 외국 바코드도 시스템에 등록해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상당수 스웨덴 캔은 기계가 받아 재활용할 수 있지만, 노르웨이에서 보증금을 낸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용기가 내 앞에서 다시 나온 것도 이런 구조를 알고 나니 이해가 됐다.

넣고 끝이 아니다. 기계에서 영수증이 나온다

재활용품을 다 넣고 나면 기계에서 종이 한 장이 나온다.

처음 받아보면 정말 영수증처럼 생겼다. 거기에 내가 반납한 용기의 금액이 합산되어 있다.

그 종이를 마트에서 계산할 때 내면 된다. 내가 경험한 방식은 계산대에서 장본 금액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표현을 정확히 하면 “마트가 할인을 해준다”기보다는, 내가 음료를 살 때 미리 냈던 용기 보증금을 돌려받아 결제금액에 사용하는 것이다. 공식 안내상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수증으로 받거나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 가능하다.

시스템을 처음 접한 나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꽤 신기했다.

노르웨이 마트에서 판트 환급 영수증을 들고 코카콜라 가격표 앞에 서 있는 장면
빈 병과 캔을 반납하고 받은 판트 영수증으로, 비싸게 느껴졌던 콜라를 실제로 사 마실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맥주캔 팔아서 콜라도 사먹었다

이쯤 되면 내가 왜 마트에 갈 때마다 빈 캔을 챙겼는지 이해할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탄산음료 한 병 가격도 쉽게 집어 들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한국 돈으로 계속 환산해보면 “콜라가 왜 이렇게 비싸?”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도 한 달 동안 생활하다 보니 맥주캔과 음료 페트병은 계속 생겼다. 숙소에 모아두었다가 마트에 갈 때 가져가 기계에 넣었다.

그렇게 나온 돈으로 실제로 콜라도 사 먹었다.

노르웨이에서 맥주캔을 모아 콜라를 사 먹을 줄은 나도 몰랐다.

큰돈을 번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낸 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이다. 그래도 체감은 달랐다.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사라졌을 돈이 다시 장바구니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노르웨이 상점에서 구입한 Fanta Exotic 음료와 재활용 반납 영수증
음료 한 병도 가격을 확인하며 사게 됐던 노르웨이 생활. 손에 들린 종이가 재활용 반납 영수증이다.

그런데 기계에는 또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

처음에는 더 낯선 선택지가 있었다.

환급금을 그냥 돌려받지 않고 복권에 사용할 수 있는 Pantelotteriet이라는 제도다.

기계에서 Røde Kors, 즉 노르웨이 적십자 버튼을 선택하면 내가 돌려받을 보증금을 복권 참가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6년 현재 한 장의 가격은 0.50 NOK이며, 당첨금은 50 NOK부터 1,000 NOK, 10,000 NOK, 최고 100만 NOK까지 있다.

공식 운영규정에는 해외 은행으로 당첨금을 송금하는 경우도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여행자라고 해서 시스템상 무조건 배제되는 구조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현지에서 들었던 “외국인이 실제로 큰 금액에 당첨됐다”는 이야기는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정 사례까지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사실처럼 단정해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기계 앞에서 잠깐 고민했다.

복권을 해볼까, 그냥 이 돈으로 콜라를 마실까?

결론은 콜라였다.

노르웨이 물가를 한 달 동안 몸으로 겪고 있던 나에게는 “혹시 100만 크로네?”보다 눈앞의 비싼 콜라 한 병이 더 현실적이었다.

노르웨이 상점에 설치된 빈 병과 캔 보증금 반환 기계
노르웨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병·캔 반환 기계. 판트(Pant) 제도를 직접 접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환경의식이 정말 높구나”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환경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제도가 사람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바꾸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다.

버리면 돈이 사라진다. 가져가면 돈을 돌려받는다. 마트에 기계가 있으니 장보러 가는 동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기계가 자동으로 바코드를 읽고 금액을 계산한다. 영수증은 바로 계산대에서 사용할 수 있다.

2025년 Infinitum 연차보고서 기준으로 노르웨이의 총 회수율은 플라스틱 병 98.2%, 캔 97.9%였다. 숫자를 보고 나니 내가 마트에서 본 큰 봉투와 트렁크가 단순히 우연한 풍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용을 “해야 하는 일”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면 즉시 경제적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여행자라면 이것만 알고 가도 충분하다

노르웨이를 며칠 여행하는 사람에게 빈 병 몇 개의 보증금은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장기 체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음료 캔과 페트병은 버리기 전에 Pant 표시가 있는지 확인한다.
  • 내용물은 비우되 바코드가 읽히도록 심하게 찌그러뜨리지 않는 편이 좋다.
  • 마트 갈 때 빈 용기를 같이 챙긴다.
  • 기계가 받아들이지 않는 용기는 억지로 넣지 않는다.
  • 반납 후 나온 영수증은 잃어버리지 말고 계산할 때 사용한다.
  • Pantelotteriet은 선택사항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을지 복권에 사용할지 본인이 선택한다.

나처럼 한 달쯤 생활한다면 어느 순간 이것도 일상이 된다.

장보러 간다 → 빈 캔 챙긴다 → Pant 한다 → 영수증 받는다 → 장본다.

다시 노르웨이에 간다면? 빈 캔부터 챙길 것 같다

노르웨이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피오르드나 오슬로 시내 같은 큰 풍경만이 아니다.

이런 작은 생활 시스템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빈 캔 몇 개 돌려준다고 얼마나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직접 넣고, 기계가 계산하는 것을 보고, 영수증을 받아 장을 보고, 그 돈으로 콜라까지 사 먹어보니 느낌이 달라졌다.

환경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거창한 느낌보다도, 버려질 자원에 정확히 가격을 붙이고 사람이 자연스럽게 다시 가져오게 만드는 방식이 영리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다음에 노르웨이에 다시 간다면 나는 아마 똑같이 할 것이다.

마트에 가기 전 냉장고 옆에 모아둔 빈 캔부터 챙길 것이다.

복권 버튼을 누를지는 그때 다시 고민해보고.

아마도 또 콜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르웨이 판트 반납기계 전면 모습과 Røde Kors 복권 안내 문구
노르웨이 판트 기계에서는 환급금을 돌려받는 대신 Røde Kors 복권에 참여할 수도 있다.

FAQ

Q. 노르웨이 Pant는 무엇인가요?
A. 음료를 구입할 때 용기 보증금을 함께 내고, 빈 캔이나 페트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2026년 현재 0.5L 이하 용기는 2 NOK, 0.5L 초과 용기는 3 NOK입니다.

Q. 노르웨이 재활용 기계에 아무 페트병이나 넣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보증금 시스템에 등록된 음료 캔과 플라스틱 병이 기본 대상이며, 기계가 바코드를 읽어 판별합니다. 보증금 표시가 없는 제품이나 등록되지 않은 제품은 반환되거나 보증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Q. 반납한 뒤 받은 영수증은 어떻게 쓰나요?
A. 매장에서 결제할 때 사용하거나, 매장 운영 방식에 따라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할인쿠폰이라기보다 이미 냈던 용기 보증금을 돌려받는 개념입니다. 여러분이 지난 번에 사신 물건값에 이미 포함되었던 것입니다.

Q. Pantelotteriet은 무엇인가요?
A. 빈 용기 보증금을 돌려받는 대신 Røde Kors가 수혜기관인 복권에 사용하는 선택지입니다. 2026년 기준 한 장은 0.50 NOK이며 최고 당첨금은 100만 NOK입니다.

Q. 한국에서 가져간 캔이나 페트병도 돈을 받을 수 있나요?
A. 노르웨이 보증금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제품은 일반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일부 외국 바코드는 재활용 목적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보증금 환급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것은 반납기계 근처에 쓰레기통에 넣으시거나, 아예 안 가져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노르웨이 크로네 환율
노르웨이 크로네 환율. 노르웨이의 2025년 플라스틱 병 총 회수율은 98.2%, 캔 97.9%에 달한다.

Make each second count.
— CaptainPhil

Captain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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