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한 달 살며 직접 겪은 마트 물가|햇반 40개는 오버였을까?
노르웨이 출국을 준비하면서 캐리어에 햇반을 넣었다.
하나.
둘.
열 개.
스무 개.
그리고 결국 40개.
나도 넣으면서 잠깐 생각했다.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
라면도 있었다.
신라면, 짜파게티, 비빔면,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까르보불닭.
김도 넣었다.
김치도 넣었다.
고추장, 볶음고추장, 참기름, 각종 양념.
누룽지까지 챙겼다.
심지어 전기냄비와 전기포트까지 캐리어 안에 들어갔다.

출국 전날에는 무게를 맞추느라 캐리어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는지도 모르겠다.
4월인데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끝까지 고민하던 떡볶이 떡과 스페셜 소스는 결국 탈락했다.
그렇게 노르웨이로 떠났다.
그리고 현지 마트에 처음 들어가 가격표를 본 순간 생각했다.
햇반 40개, 잘 가져왔다.
아니.
정말 잘 가져왔다.
노르웨이 물가, 알고 갔는데도 놀랐다
출국 전부터 노르웨이 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찾아봤다.
AI에게도 물어봤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했다.
식비가 비싸다.
외식비가 비싸다.
생활비가 높다.
그래서 음식을 최대한 한국에서 준비했다.
이미 알고 갔으니 현지에서는 별로 놀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마트에 들어가서 가격표를 보면 느낌이 다르다.
과일도 비싸다.
우유도 비싸다.
빵도 비싸다.
탄산음료도 비싸다.
한국에서 흔히 장바구니에 아무 생각 없이 넣는 것들도 하나씩 가격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노르웨이 크로네 가격을 한국 돈으로 계속 계산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만뒀다.
계속 계산하면 장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한국에서 가져갈 수는 없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한 달 동안 먹을 걸 전부 한국에서 가져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주로 이런 것들을 샀다.
과일.
우유.
빵.
탄산음료.
그리고 필요할 때 간단한 신선식품.
이런 것들은 부피도 크고 유통기한도 있으니 당연히 현지에서 사야 했다.
반대로 한국에서 가져간 음식들은 대부분 부피와 무게 대비 만족도가 높은 것들이었다.
햇반.
라면.
김.
김치.
고추장.
참기름.
누룽지.
각종 양념.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 방향은 꽤 정확했다.
노르웨이에서 쉽게 살 수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굳이 비싼 돈을 내면서 현지에서 이것을 사고 싶은가?”
였다.
마트에 직원이 한 명?
내가 이용했던 마트에서 처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직원 숫자였다.
매장이 작은 것도 아니었는데 눈에 보이는 직원은 거의 한 명뿐이었다.
계산도 대부분 스스로 해야 했다.
처음 가는 나라.
처음 보는 제품.
그리고 모든 설명은 노르웨이어.
그때 정말 유용했던 게 스마트폰이었다.
제품을 집어 들고 카메라를 켠다.
Google Lens의 번역 기능으로 노르웨이어를 영어로 바꾼다.
성분이 뭔지 확인한다.

조리법이 뭔지 확인한다.
우유인지 요구르트인지 헷갈리는 제품도 확인한다.
그렇게 하나씩 장을 봤다.
여행에서 번역 앱이 편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나처럼 한 달간 실제로 생활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생활도구였다.
노르웨이 마트에서 처음 알게 된 ‘맥주 시계’
마트를 돌아다니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이 있었다.
맥주.
맥주는 마트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평일에는 오후 8시가 지나면 판매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트가 열려 있는데 왜 술을 살 수 없는지 조금 이상했다.
알아보니 노르웨이는 일반 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알코올 도수 4.7% 이하 술의 판매시간을 법과 지방 규정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전국 법정 최대 기준은 평일 20시, 일요일·공휴일 전날은 18시이고 일요일과 일부 공휴일에는 판매 자체가 금지된다. (Lovdata)
그러니까 마트가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도,
맥주 코너는 영업이 끝난 셈이다.
한국처럼 밤에 갑자기
“맥주 한 캔 사올까?”
하고 나갔다가는 빈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노르웨이 주류 구매법만 별도 글로 한 번 자세히 정리해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소주를 사고 싶다고? 그럼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술은 더 특이하다.
노르웨이에서는 알코올 도수 4.7%를 초과하는 와인·강한 맥주·증류주 등을 일반 슈퍼마켓이 아니라 Vinmonopolet에서 판매한다. 사실상 국가가 운영하는 주류전문점이다. (vinmonopolet.no)
여기서 또 한 번 놀랐다.
영업시간이다.
현재 Vinmonopolet이 안내하는 일반적인 영업시간은
월요일~금요일 10:00~18:00
토요일 10:00~16:00
이고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지점 및 날짜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실제 방문할 때는 지점별 시간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vinmonopolet.no)
그러니 교육을 하루 종일 받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온 뒤
“아, 오늘 술 하나 사볼까?”
하고 생각하면 이미 늦을 가능성이 높다.
내 생활패턴과는 영 맞지 않았다.
한국 소주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 사람이라면 해외에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소주 없나?”
내가 머물던 곳 근처에서는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일반 소주를 쉽게 보기는 어려웠다.
대신 과일맛이나 칵테일 느낌의 한국산 소주류를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진로 계열 소주를 찾으려면 오슬로 쪽으로 나

가는 편이 나았다.
현재 Vinmonopolet 공식 상품에도 Jinro Chamisul Soju가 등록돼 있고, 레몬·자두·딸기·자몽맛 Jinro 제품들도 판매 목록에 있다. 다만 실제 재고는 지점마다 다르기 때문에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vinmonopolet.no)
재미있는 것은 현재 공식 판매가를 보면 Jinro Chamisul Soju 35cl가 129 NOK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vinmonopolet.no)
한국에서 소주 한 병 살 때의 감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주류 이야기는 이것만으로도 별도의 포스팅 하나가 나온다.
한 달 동안 내 돈으로 외식한 횟수
0번.
정말 한 번도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는 샀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기도 했다.
하지만 내 돈을 내고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은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먹기 싫어서가 아니다.
가격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리됐다.
“숙소 가서 밥 먹자.”
결국 한 달 동안 식당에서 제대로 먹어본 건 네 번 정도였다.
그것도 내 돈이 아니었다.
CAE Oslo에서 나를 담당했던 스웨덴 출신 교관이 밥을 사줬다.
덕분에 노르웨이에서 식당 음식도 경험해봤다.
하지만 내 카드였다면?
아마 숙소에서 햇반을 뜯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저녁은 대체로 이랬다
교육이 끝난다.
숙소로 돌아온다.
전기냄비를 꺼낸다.

물을 끓인다.
신라면을 먹을 때도 있었고,
불닭볶음면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귀찮은 날에는 햇반에 김.
조금 더 먹고 싶으면 고추장이나 볶음고추장.
참기름 조금.
김치.
어떤 날에는 누룽지.
누룽지는 정말 의외의 신의 한 수였다.
오랜 교육을 마치고 돌아와 피곤할 때 뜨겁고 담백하게 한 끼 먹기 좋았다.
햇반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햇반 하나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낯선 나라에서 하루 종일 영어로 교육받고 돌아온 뒤 먹는 따뜻한 쌀밥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된다.
전기냄비와 전기포트는 다시 가도 가져간다
노르웨이 한 달 준비물 글에서도 썼지만 다시 말하고 싶다.
전기냄비와 전기포트는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출국 전날 무게를 줄이면서 이걸 뺄까 말까 고민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다시 노르웨이에 한 달 간다면?
나는 옷 하나를 빼더라도 가져갈 것이다.
라면을 끓인다.
누룽지를 만든다.
물을 끓인다.
간단한 국을 데운다.
이 두 개가 있으니 한국에서 가져간 음식 대부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준비물의 가치는 그 물건 자체보다 다른 준비물을 얼마나 쓸 수 있게 해주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햇반 40개는 결국 너무 많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자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현지 음식 경험이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라면 전혀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노르웨이 체류 목적은 관광이 아니었다.
CAE Oslo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아침부터 교육받는다.
숙소로 돌아온다.
복습한다.
다음 날 공부한다.
이런 생활에서 저녁마다 식당을 검색하고 차를 몰고 나가 밥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돈뿐 아니라 시간과 체력을 쓰는 일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한국 음식 준비 = 식비 절약 + 시간 절약 + 체력 절약
이었다.
그래서 출국 전날 캐리어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네 시간 동안 땀을 흘렸던 것도 결과적으로는 가치가 있었다.
내가 다시 한 달을 산다면
다시 노르웨이에 간다면 음식 준비 방식은 거의 비슷할
것 같다.
다만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가져갈 것이다.
반드시 가져갈 것
햇반
누룽지
라면류
김
고추장
참기름
소량의 김치
간편 양념
전기냄비
전기포트
그리고 과일, 우유, 빵 같은 신선식품은 현지에서 산다.
이 정도 조합이면 꽤 훌륭하게 버틸 수 있다.
현지 음식도 먹어보고 싶다면 주말에 몇 번 경험하면 된다.
하지만 매일 외식을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특히 노르웨이에서 한 달 이상 생활할 사람이라면 ‘무엇을 가져갈까?’보다 ‘내가 현지에서 어떤 생활패턴으로
지낼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준비를 많이 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이상한 만족감
출국 전에 나는 내가 너무 준비를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쿠팡 주문금액만 60만 원이 넘었다.
PX에서도 음식을 챙겼다.
캐리어 무게와 싸웠다.
떡볶이 떡은 탈락했다.
소스도 몇 개 탈락했다.
그리고 노르웨이에 도착했다.
며칠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교육이 점점 바빠지면서 깨달았다.
내가 준비했던 것들이 하나씩 나를 살려주고 있었다.
햇반이 그랬다.
김이 그랬다.

전기냄비가 그랬다.
누룽지가 그랬다.
때로는 작은 고추장 하나가 그랬다.
아주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보면 그런 작은 것들이 꽤 크다.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가치가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낯선 나라에서는 생활의 질을 바꿔놓는다.
결론
출국 전 캐리어에 햇반 40개를 넣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
한 달 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내 대답은 달라졌다.
“아니. 잘했다.”
노르웨이 물가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부담스러웠고,
교육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도가 높았고,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다.
그래서 준비해간 음식들은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한 짐이 아니었다.
시간을 벌어줬고, 체력을 아껴줬고, 익숙한 한 끼를 만들어줬다.
결국 한 달간 내 돈으로 외식한 횟수는 0번.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꽤 잘 먹었고,
잘 공부했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그러니 다시 간다면?
햇반을 또 넣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떡볶이 떡이 살아남을 자리를 조금 만들어볼 생각이다.
Make each second count. — Captain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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